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하고 자주 신고다녔던, 일명 ‘실리콘밸리 신발’로 불린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
천연 소재 기반의 편안함으로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이 회사가 돌연 ‘AI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사명마저 ‘뉴버드 AI(Newbird AI)’로 바꾼다고 한다.
오늘 접한 경제 뉴스 중 단연 가장 황당한 소식이 아닐까 싶다. 이는 마치 코카콜라가 오늘부터 콜라 생산을 멈추고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충격이다.
시장의 반응은 기괴할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기준, 올버즈의 주가는 하루 만에 6배(약 500% 이상) 폭등했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신발 회사가 단 한 번의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AI 테마주’로 둔갑한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력, AI 클라우드의 현실을 외면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선언의 현실성이다. 당연하게도 올버즈는 AI는 물론 IT 기술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기업이다. 회사는 5000만 달러(약 740억 원)의 투자금을 조달해 GPU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AI 클라우드 기업 ‘아이렌(IREN)’ 등에 투자하며 업계를 지켜봐 온 주주의 시선에서 이는 턱없이 부족한, 그야말로 ‘어불성설’에 가깝다.
현재 제대로 된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단순히 GPU 몇 개를 사 모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와 막대한 전력 공급, 그리고 고도화된 냉각 장치 등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이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당장 업계 선두주자인 코어위브(CoreWeave)만 보더라도 올해 사업 확장에 최대 350억 달러(약 5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조 단위의 자본전을 벌이는 이 치열한 전장에, 기술력도 없는 신발 회사가 고작 5000만 달러로 뛰어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AI 열풍의 고점,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의 서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황당한 진출 선언과 주가 폭등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이는 현재 ‘AI’라는 두 글자가 자본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하고 돈이 되는 키워드인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시장에 보내는 서늘한 경고등이기도 하다. 사업의 본질과 무관하게 ‘AI 테마’만 얹으면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은, 과거 닷컴 버블 당시 회사 이름에 ‘.com’만 붙여도 자금이 몰렸던 광기를 연상케 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AI 투자 열풍의 단기 고점을 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시장은 맹목적인 기대감을 거두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돌입할 것이다. 무늬만 AI인 기업들은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며, 진짜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탄탄한 기업들만이 과거 PC 보급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올버즈의 씁쓸한 해프닝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이 투자한 곳은 진짜 AI인가, 아니면 그저 트렌드에 편승한 신발장 속의 신기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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