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범은 12년 전에 잡혔는데, 총책만 빠졌습니다
미국에서 사들인 불법 성기능 식품을 국내 쇼핑몰로 2억 3760만 원어치나 팔아치운 재미교포.
동생과 지인들은 12년 전에 이미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총책인 그는 미국에 머물며 처벌을 피해왔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뒤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시효가 끝났으니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부산지법 장기석 부장판사는 이 6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4752만 원을 추징했습니다.
해외 서버 쇼핑몰, 자극적 광고
이 사건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총책 A 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해외 서버에 쇼핑몰을 차렸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실데나필·타다라필)이 들어 있어 국내 판매가 금지된 성기능 보조식품 52종을 미국에서 사들여 항공택배로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사이트에는 "즉효성 발기제의 최고봉", "공인남성 성기확대제" 같은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걸렸습니다.
혼자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생, 고교 동창, 동생의 사회 후배까지 3명을 국내 판매책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사이트 광고부터 물건 재포장, 배송까지 역할을 철저히 나눴습니다.
2012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총 1413회, 약 2억 3760만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총책만 사라졌습니다
수사기관은 2013년 4월부터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같은 해 6월 공범 3명은 기소돼 8월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총책 A 씨는 이미 2013년 3월 한국을 떠난 뒤였습니다.
그리고 12년간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효 끝났으니 안전하다"… 12년 만의 입국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12년이나 지났으니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A 씨는 지난해 10월 다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입국 즉시 체포됐습니다.
핵심 쟁점: 공소시효는 정말 끝난 걸까?
재판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진 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A 씨는 199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2005년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해 왔습니다.
A 씨 측 주장은 이랬습니다.
"범행이 끝난 2013년 5월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
"미국 거주는 생업과 가족 부양을 위한 것이지, 형사처분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법원은 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형사소송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쉽게 말해, 처벌을 피하려고 해외에 머물렀다면 그 기간은 시효에서 빠진다는 뜻입니다.
재판부가 '도피 의도'를 인정한 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2010년부터 매년 1~2회 한국을 찾던 A 씨가 공범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3년 3월 출국한 뒤, 체포될 때까지 12년간 단 한 번도 입국하지 않았습니다.
매년 오던 사람이 수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발길을 끊은 겁니다.
둘째, 동생이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A 씨는 담당 수사관과 직접 통화까지 했습니다.
본인이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셋째, 범행 당시 공범들에게 보낸 이메일.
"미국에서 보내는 배송물의 수령 주소가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불법이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입니다.
법원의 결론
장 부장판사는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기준·규격이 고시되지 않은 화학적 합성품이 함유된 식품을 판매한 행위는 국민 보건의 안전에 중대한 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범죄다."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삼았다."
공소시효는 정지돼 있었고, A 씨는 12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처벌 피하려 나갔다면 시효는 멈춘다
해외에 머문 목적에 '처벌 회피 의도'가 포함돼 있다면, 시효는 멈춰 있었던 겁니다.
매년 한국에 오던 사람이 수사가 시작되자 12년간 발길을 끊었다면, 법원은 그 침묵의 의미를 읽어냅니다.
도망친 시간은 시효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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