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10년차 신문기자의 세상읽기

사회부, 경제부, 편집부 등을 거쳤습니다. 소소하게 저의 시각에서 세상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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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도 합류한 앤트로픽, 결국 ‘오픈AI’와 똑같아지는 이유

kim25kim 2026. 6. 22. 10:16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알파폴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존 점퍼 부사장까지 구글을 떠나 앤트로픽에 합류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주일 전 제미나이 공동 개발자 노엄 샤지어가 오픈AI로 복귀한 데 이어, 이번엔 앤트로픽이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며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업계에서 가장 핫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뉴스 뒤편을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AI 유토피아의 종말'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공익법인(PBC)'이라는 방패를 들고나왔던 앤트로픽

 

기억하시나요? 앤트로픽은 원래 오픈AI의 창립 멤버들이 세운 회사입니다.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막대한 자본을 유치하고 비영리 정신을 버리며 상업화되자, "우리는 인류에게 안전하고 올바른 AI를 만들겠다"며 뛰쳐나온 이들이 바로 다리오 아모데이 형제였습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주주의 이익보다 '인류의 안전'을 법적 의무로 삼는 공익법인(PBC, Public Benefit Corporation) 형태로 출범했습니다. 오픈AI의 변질을 지켜본 이들이 만든 최후의 보루이자 방패였던 셈이죠.

 

하지만 현재 앤트로픽의 행보는 그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오픈AI의 과거와 무섭도록 닮아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엔트로픽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거대한 GPU 청구서 앞에 녹아내린 신념

이유는 명확합니다. 현재 LLM(거대언어모델) 개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치킨게임'이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의 우수성보다 "누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 대규모 GPU와 발전소를 박아 넣느냐"의 싸움이 된 것이죠.

 

노벨상 수상자를 영입하고 오픈AI를 뛰어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은, '순수한 공익법인'의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결국 앤트로픽 역시 빅테크의 자본을 수조 원씩 수혈받았고, 이제는 대규모 상장(IPO)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수익률(ROI)을 증명해야 하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결국 자본이 주는 압박 앞에서는 공익법인이라는 아름다운 브레이크조차 무력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미·중 패권 전쟁, 그리고 트럼프와의 '영악한 밀당'

더 흥미로운 점은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속 '전략 자산(무기)'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상위 고성능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5'의 외국인 접속을 차단하는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 의미심장합니다. G7 회의에서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를 만난 후 입장을 확 바꾼 것입니다.

"일주일 전이라면 안보 위협으로 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매우 똑똑했고, (수출 통제에) 아주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대응했다."

 

여기에 숨겨진 진짜 본질은 무엇일까요? 아모데이 CEO는 트럼프에게 "미국 정부가 글로벌 AI 규제와 거거넌스를 주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라면 "규제를 철폐하라"고 외쳤을 AI 기업이 먼저 정부에게 규제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굴복이 아닙니다. 정부의 권력을 빌려 강력한 규제(진입장벽)를 치고, 후발 주자들이 자신들을 따라오지 못하게 문을 닫아걸려는 '영악한 독점 전략'에 가깝습니다.

 

변질은 이미 시작되었다

앤트로픽이 처음 외쳤던 "인류를 위한 안전한 AI"라는 슬로건은, 이제 국가 권력과 결탁해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하고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장 완벽한 마케팅 문구'로 변질되었습니다.

 

기업의 체급이 커지고 국가 안보의 핵심 카드가 된 이상, 앤트로픽은 '인류의 안전'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마지막에 웃는 것은 순수한 신념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과 냉혹한 정치 논리라는 씁쓸한 현실을 앤트로픽의 부상이 증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가올 앤트로픽의 IPO는 어쩌면 이 변질을 공식화하는 화려한 축제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