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10년차 신문기자의 세상읽기

사회부, 경제부, 편집부 등을 거쳤습니다. 소소하게 저의 시각에서 세상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투자로 세상 읽기

10조를 움직인 메르가 '워런 버핏'에게 배운 투자의 본질

kim25kim 2026. 5. 21. 13:47

메르님의 블로그.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

 

"만약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을 비즈니스로 직접 만나고, 그의 투자 흐름을 나침반 삼아 수조 원의 자금을 움직이는 사람이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요?"

 

제가 평소에 정말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경제 블로거 '메르'님, 최근에 공개된 메르님의 연합뉴스 인터뷰를 읽고 느낀 점들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메르님이 자신의 메르로 '워런 버핏'을 꼽았습니다. 최근 저도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존경하고 관련 책을 감명 깊게 읽어왔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역시나 일반인은 아니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세계적인 투자 거장과 국내 최고 경제 블로거의 인사이트가 만나는 지점에서 제 투자 관점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투자의 신 워런 버핏. 20대 때 자신은 이미 백만장자를 넘어설 것이란 걸 알았다고 합니다. 복리의 힘을 알았던거죠. 출처:AP

 

 

[10조 원을 움직인 메르]

인터뷰를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메르님의 화려한 경력이 공개되었습니다. 삼성그룹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에서 금융위험을 예측하는 위험관리 전문가로 일하셨고, 무려 6곳의 금융회사를 거치셨다고 합니다.

"매년 10조 원 규모 투융자 의사결정을 약 10년간 했더니 핵심을 짚고 위험을 탐지하는 동물적 감각이 생겼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영국 등 각지의 투자 건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지식과 내공이 쌓인 것"

 

이 문장을 보며 깊은 내공은 결국 치열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메르님이 주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20년부터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무조건 투자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눈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있다면 기간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메르님이 현재 주식 비중 중 '일본 종합상사'와 '한국 조선주 ETF'가 가장 크다고 밝히셨는데, 마음속으로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침 저도 제 퇴직연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조선주 ETF에 투자하고 있거든요.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묘한 안도감과 확신이 들었습니다.

 

['우매함의 봉우리'를 지나며]

 

인터뷰 중 또 하나 가슴에 와닿았던 내용은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능력이 낮을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단계를 '우매함의 봉우리(Peak of Mount Stupid)'라고 부르죠. 초보자가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만약 요즘 들어 "나는 왜 이렇게 주식에 대해 아는 게 없을까?", "공부할수록 더 어렵네"라며 자신을 돌아보고 계신다면, 축하드립니다. 일단 우매함의 봉우리는 무사히 지났다는 뜻이니까요. 역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아주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저 역시 제 투자 상태를 대입해 보니, 이제는 자신감만 충만했던 그 '우매함의 봉우리'는 지나온 것 같아 내심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설립 전 워런 버핏의 이야기인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제레미 밀러)'. 정말 재밌습니다.

 

[메르의 메르, '워런 버핏']

 

다시 워런 버핏 이야기로 돌아와서, 인터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은 바로 "메르의 메르(멘토)는 누구인가?"였습니다. 그의 대답은 역시나 '워런 버핏'이었습니다.

 

메르님은 과거 업무 중에 거래 상대방의 CEO로 버핏을 알게 되었고, 금융위기 당시 주도했던 거래로 회사에 2천억 원가량을 받아내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HMM을 매도하고 일본 종합상사로 넘어갈 때도 버핏의 투자 흐름을 많이 참고하셨다고 하죠.

 

이 대목에서 저 역시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저 또한 제레미 밀러의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이라는 책을 정말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설립하기 전, 지인들과 함께 운영했던 '워런 버핏 투자조합(1956~1969년)' 시절의 주주 서한을 엮은 책입니다.

 

[개미들이 주목해야 할 '투자조합 시절' 버핏]

 

지금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규모가 너무 커져서 우리가 그대로 따라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13년 동안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며,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연복리 약 24%의 수익률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었던 '투자조합 시절'의 버핏은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참고하기에 가장 완벽한 모델입니다.

 

그 시절의 편지를 읽고 제가 느낀 버핏의 핵심 원칙은 명확합니다.

  • '살 때'가 가장 중요하다: 흔히 주식 시장에서는 "사는 건 기술이고 파는 건 예술이다"라고 하지만, 버핏은 반대입니다. 살 때가 전부입니다. 약간 아이러니 하지만 사실입니다. 쌀 때 사면 남들은 2배 먹을 걸, 5배 먹을 수 있죠. 이익의 극대화. 이것이 제가 본 워런 버핏 투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 철저한 안전마진 확보: 결국 살 때 제대로 샀다면 안전마진이 확보된 것이죠. 자신이 정한 절대적으로 낮은 가격(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몇 년간 지켜만 보며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소름 돋았던 점은 버핏의 방식이 오랜 세월 동안 발전했음에도, 모든 편지의 '내적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점이었습니다. 1957년에 쓴 편지의 가치관이 수십 년 뒤에 쓴 편지와 지적으로 전혀 충돌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추가되고 깊어졌을 뿐, 과거의 본질적인 아이디어가 통째로 교체된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워런버핏 공식 자서전 스노볼. 약 900페이지에 달하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의 위험관리 전문가인 메르님도, 투자의 성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결국 관통하는 본질은 같았습니다. 철저하게 위험을 관리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지키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감이 넘쳤다가, 또 금세 낙담하곤 하는 저의 투자 태도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매함의 봉우리를 내려와 진짜 단단한 내공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버핏과 메르님의 인사이트를 마음속에 새겨봅니다.